“사역은 하나님 만난 즐거움 드러내는 것\”
청바지 차림으로 서울대 캠퍼스 누비는 서울대 CMI 대표간사 변형용 목사
\”서울대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수위아저씨예요.\” 50대는 족히 넘었을법한데 청바지에 운동화, 모자를 눌러쓴 차림으로 캠퍼스를 누비는, 복장으로 보자면 교수는 아니고 그렇다고 학생이라고 하기에는 더욱 어색한 구석이 있는 이 사람, 한눈에 선뜻 신분을 파악하기 어려운 그는 바로 지난 30여 년간 캠퍼스 사역에 매진해 온 변형용 목사(56)이다. 국제대학선교협의회(대표 김요한 목사, CMI) 캠퍼스사역 총무이자 서울대 CMI 대표간사인 변 목사가 25년간 복음의 터를 닦았던 전주지역을 뒤로 하고 2003년 전국에서 최고 인재들만 모인다는 서울대 사역을 시작하던 초기에 수위들로부터 의심쩍인 시선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수위아저씨가 누구냐고 묻기에 목사라고 했더니, \’목사가 교회에 있어야지 왜 대학 캠퍼스에 있느냐\’면서 면박을 주더라고요. 처음에는 수위아저씨들과 마주치는 일이 고역이었다\”고 털어놓은 변 목사. 그래도 그 덕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안정된 기반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개척지로 옮긴 마당에 목사이기 이전에, 사역자이기 이전에 철저하게 하나님의 자녀로 다시 서야한다는 것. 누가 빼앗을 수도 없고, 결코 변하지도 않는 신분이 바로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은 모든 것을 버리고 서울대 사역에 도전하면서 얻은 새로운 감격이었다.
서울대 사역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미 여러 선교단체들이 포진되어 있는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앞섰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학교와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선교를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서울대 CMI가 내건 기치가 \’찾아가는 선교\’이다. \”배고픈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먼저 들어달라고 하면 귀찮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우선 그들의 필요를 알고 다가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대 CMI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상대방의 필요를 읽는 일이었다. 학교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수합하고 직접 발로 뛰며 학생과 교수들을 만나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제법 두툼한 분량의 \’서울대 특성 및 필요(Need) 연구보고서\’가 완성됐다. 이 보고서에는 서울대를 한눈에 파악할만한 정보들이 가득 들어있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에 대해 분석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설문내용을 분석한 결과 학생들 대다수가 \’영어\’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고, 유학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이에 서울대 CMI는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해 \’하이(Hi) 하버드\’라는 제목으로 한 달 동안 미국을 다녀왔다. 9개의 명문대학을 방문해 교수와 학생들을 인터뷰하고 전공학과의 세계적 흐름을 살피는 일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숙해지는 결과를 낳았고 참여한 학생들이나 학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편 한 달 간의 기간은 학생들과 더 깊이 있게 복음을 나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또 영어강좌를 마련해 원하는 학생들에게 회화를 중심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바쁘다는 것이다. 학과공부도 그렇지만 경쟁이 치열한 취업을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은 탓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대 CMI의 \’찾아가는 선교\’가 빛을 발하고 있다. 우선 학생들의 필요와 동선을 따라가는 것이다. 시간관리, 인간관계, 학습법 등 관심을 가질만한 영역으로 다가가서 자연스럽게 복음과 연결되도록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간을 많이 빼앗지 않는 것이다. 기존의 선교방법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로 시간부족을 꼽는 답변이 많았던 것을 보면서 모든 대화는 30분 이내로 끝내도록 하고 있다.
\”수영을 잘 하려면 물 밑을 봐야 합니다. 수영장, 풀장, 강, 바다 등에서 수영의 원칙은 같지만 길을 제대로 잡으려면 바닥이 중요하지요. 지난 3년 동안은 서울대 사역을 위해 저변의 흐름을 파악하고 원칙을 세우는 기간이었습니다.\”
변 목사는 사역을 힘 있게 지속하기 위해 먼저 서울대의 특성과 필요를 살핀 것과 함께 또한 한 가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제자사역이다. 처음에는 변 목사와 아내인 김혜순 사모(52)와 둘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다섯 명의 간사를 양육해 함께 사역하고 있다. 변 목사는 제자사역을 위해 가정 탁월한 방법은 \’함께 하기\’라고 말한다.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삶으로 배우도록 한다는 것이다.
전주에서 살던 집을 팔았어도 서울에서는 12평 남짓의 반 지하 전세방 밖에 얻지 못했다. 지금이야 서울대 안에 사역할 장소를 얻었지만 그래도 지난 3년간 간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사역을 위해 고민하며 기도로 밤을 지새웠던 \”서울대 사역을 잉태한 귀한 곳\”이라고 말한다.
\”사역은 하나님을 만난 즐거움으로 즐기는 것\”이라고 말하는 변목사가 간사들과 함께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은 사역에 대한 기술을 터득하는 것보다 사역자 자신들이 먼저 신앙의 성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안에 내주하시고 계신 주님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곧 사역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가지고 있다.
변 목사는 서울대 사역을 시작하면서 두 딸에게 부모로서 뒷받침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졌는데 지금은 오히려 딸들이 \’서울대 CMI 협력간사\’를 자원하며 든든한 후원자 되어주니 이 또한 하나님의 크신 은혜라고 말한다.
사회적 기반을 다져놓고 여유를 가져야 할 나이에 새로운 사역에 뛰어든 것에 대해 주변에서는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미래의 지도자가 될 청년들이 복음으로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옆에서 돕는 것만큼 세상에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라고 오히려 반문하는 변 목사 부부, 복음이 서울대 캠퍼스에 활짝 꽃 피우는 그날을 위해 씨앗을 심는 그들의 발걸음이 힘차다.
2006년 9월 17일 들소리신문 정찬양 기자